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메타버스개요/메타버스트랜드서비스

"로블록스 잡겠다"던 제페토·이프랜드, 내수시장에서 '참패'


로블록스를 비롯한 글로벌 메타버스를 상대로 경쟁에 나섰던 국산 메타버스들이 내수시장 경쟁에서 우위를 점하지 못하고 있다. 해외시장에서의 성과도 경쟁 상대들을 따라가기엔 아직 갈 길이 멀다는 평이 나온다.

현재 국내 대표 메타버스로 꼽히는 것은 올 3월, 서비스 개시 4년 7개월 만에 누적 가입자 수 3억명을 돌파한 네이버 '제페토'다. 제페토의 대항마로는 지난해 누적 가입 1200만명을 넘긴 SK텔레콤의 '이프랜드'가 손꼽힌다.

앱 통계 분석 플랫폼 '데이터ai'에 따르면 제페토와 이프랜드의 국내 양대 앱 마켓(구글 플레이스토어·애플 앱스토어) 월간 활성 이용자는 각각 4월 기준 119만명, 42만명으로 집계됐다. 같은 기간 '로블록스'의 MAU는 553만명으로 제페토의 5배에 가까웠다.

세계적으로 '3대 메타버스'라 한다면 로블록스와 더불어 마인크래프트와 포트나이트가 꼽힌다. 마인크래프트의 4월 MAU는 약 182만명으로 상대적으로 제페토에 가까웠으나, 모바일 기반 서비스인 제페토·이프랜드 등과 달리 마인크래프트의 주 이용 플랫폼이 PC라는 점을 고려하면 실제로는 로블록스와 근접한 수준의 차이가 날 것으로 짐작된다.

포트나이트의 경우 모바일 버전이 정식 지원되지 않고 있으며 국내 이용자 저변도 낮다. 그러나 세계적으로 누적 가입자 4억명을 기록한데다 개발사 에픽 게임즈가 세계적인 수준의 3D 그래픽 콘텐츠 툴 '언리얼 엔진' 보유사라는 강점이 있다.

에픽 게임즈는 최근 포트나이트 속 이용자 창작 콘텐츠를 언리얼 엔진 5와 연동하고, 게임 내 수익을 창작자들에게 적극 환원하는 프로젝트 '언리얼 에디터 포 포트나이트(UEFN)'를 개시했다. UEFN은 기술적인 면에서 제페토 등은 물론 로블록스와 비교해도 크게 앞선다는 것이 업계의 중론이다.

로블록스' 이미지. 사진=로블록스 코퍼레이션

제페토가 내수시장에서부터 밀리는 이유에 대해 국내 이용자들은 로블록스 등 경쟁 플랫폼 대비 부족한 게임 기능, 지지부진한 편의성 개선 등을 들고 있다. 일각에선 중화권이나 동남아시아 등 주력 서비스 지역에 비해 국내 운영이 다소 부족하다는 의견도 나온다.

국내 제페토 관련 커뮤니티의 한 네티즌은 "국내 서버는 방송을 해봐야 이용자도 10명 남짓이고, 추천 탭도 제 기능을 못 하고 있다"며 "플레이를 하고 싶으면 해외 서버를 쓰는 게 편하다"고 주장했다.

네이버제트는 지난해 초 1억달러(약 1318억원) 규모 콘텐츠 크리에이터 펀드를 출범시키며 글로벌 크리에이터 유치에 나섰다. 같은 해 9월에는 파이낸셜타임스가 '아시아 최대 메타버스 제페토가 글로벌 확장에 나선다'란 제목으로 강희석 네이버제트 비즈니스 리드와의 인터뷰 기사를 공개했다.

로블록스에서 활동하는 애니메이터 '노바'는 올 초 트위터를 통해 "자신을 제페토 파트너십 매니저라 소개하는 '자인(Zain)'이 주변 로블록스 크리에이터들에게 제페토를 홍보하는 메시지를 보내왔다"고 증언했다. 그에 따르면 '자인'은 "제페토의 콘텐츠 거래 수수료는 경쟁 플랫폼에 비해 저렴하다"는 점 등을 강점으로 제시했다.

제페토에 대한 외신들의 평가는 '로블록스를 따라잡진 못했다'로 정리된다. 영국 게임 전문지 포켓 택틱스는 "콘텐츠 제작 생태계로서 로블록스는 선두에서 달리고 있는 플랫폼 중 하나"라며 "뒤에서 이를 쫓는 입장인 제페토가 로블록스의 충성 고객들을 헤드헌팅하기 위해 직접 홍보하는 것은 놀라운 일이 아니다"라고 평했다.

SK텔레콤이 메타버스 '이프랜드' 내에 볼류메트릭 기술로 구현한 '페이커' 이상혁의 3D 아바타를 선보일 예정이다. 사진=SK텔레콤


로블록스 등 해외 유력 플랫폼을 상대로 경쟁하기 위해 제페토 등 국내 메타버스들은 게임 분야와의 협력 밀도를 높이고 있다.

네이버제트는 최근 글로벌 히트작 슈팅 게임 '펍지: 배틀그라운드(배그)' 개발사인 크래프톤과 손잡고 미국에 합작법인 '미글루 코퍼레이션'을 설립했다. 크래프톤이 408억원, 네이버제트가 72억원을 출자했다.

'배그'는 3D 그래픽 세계 속에서 100명의 이용자가 동시 접속해 즐기는 게임인 만큼 크래프톤은 메타버스 플랫폼의 기반 기술을 충분히 갖추고 있다. 여기에 양사는 블록체인 시스템까지 결합한 이른바 'C2E(Create to Earn)' 생태계를 구축한다는 방침이다.

SKT는 최근 이프랜드에 3D 개인화 공간 꾸미기 기능 '이프홈'과 더불어 약 400여 개의 꾸미기용 콘텐츠들을 선보였다. 올해 안에 아이템을 2배 이상 확대하는 한편 이들과 연동된 앱 내 경제 시스템을 도입할 계획이다.

이프홈의 핵심 콘텐츠로는 볼류메트릭(여러 카메라·센서로 다각도로 3D 촬영하는 기술) 기능으로 구현한 셀러브리티(유명인)들을 선보이는 것이 제시됐다. 그 첫 타자로는 SKT 산하 e스포츠 팀 T1의 프랜차이즈 스타로 LOL(리그 오브 레전드)계의 '메시'로 불리는 '페이커' 이상혁이 등장할 예정이다.